대학들 왜 이러나… 성대 '특목고생 전형' 신설_한국일보20131004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310/h2013100403341121950.htm

 

 

수시모집 과학인재 전형 과학고·영재고 출신만 가능
경희대도 '과학인재' 신설 연세대 '글로벌리더' 부활
특기자 전형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 강제력 없어 난망

• 권영은기자 you@hk.co.kr입력시간 : 2013.10.04 03:34:11

성균관대가 올해 입시에 과학고, 영재학교 졸업예정자만 지원할 수 있는 특기자전형을 새로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기자전형을 축소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각 대학들은 앞다퉈 특기자전형을 신설ㆍ확대하는 등 특목고 우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3일 성균관대의 2014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에 따르면 신설된 과학인재전형(196명)의 지원자격은 '2012년 2월 이후 국내 과학고, 영재학교 졸업(예정)자로서 과학에 관한 전문교과를 15단위 이상 이수한 자'로 제한됐다. 그동안 대학들이 '외국어 관련 교과 58단위 이수' 등 사실상 특목고생만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면서도 일반고 학생의 지원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특목고생만을 위한 전형을 만든 것이다.

성균관대는 올해 신입생 4,142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이 1,035명(24.9%)에 달해 주요대학 가운데 특목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성균관대는 과학인재전형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자연계 특기자전형에 과학고와 영재학교 졸업생의 지원을 제한했으나 193명이었던 모집인원을 70명으로 크게 줄였다.

한양대도 특기자전형(한양우수과학인)으로 과학고, 영재학교 졸업생에 한해 150명을 선발한다. 지난해 입시에선 이 전형 입학생에게 1년 입학금과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했으나, 올해는 최초합격자 모두에게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특목고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세대는 폐지했던 특기자전형(글로벌리더)을 부활시키고, 경희대도 글로벌ㆍ과학인재전형을 신설하는 등 특목고 우대 전형을 강화했다.

이처럼 특기자전형이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거나 전형요소가 특목고 출신에 유리해 특목고에 편향된 전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학들은 특기자전형을 신설하거나 모집인원을 늘려왔다.

이에 교육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는 대입제도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특기자전형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모집 규모가 축소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유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강제력 없는 자율적 유도로는 특목고생을 선점하려는 대학들의 경쟁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이미 대부분의 전형에서 고교 유형과 상관없이 경쟁을 하고 있는데 특정 전형에서만 특목고 학생끼리 경쟁을 하도록 하는 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특혜로 기회균등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특목고생들을 뽑겠다는 게 대학의 속내"라고 지적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특기자전형은 불공정 경쟁의 극치"라며 "예체능이 아닌 교과 특기자전형의 경우 영어ㆍ수학ㆍ과학 과목이 핵심 대입과목인 만큼 특기자전형으로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선행학습과 사교육에 내몰리게 되는 등 대학이 소수를 선발하더라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