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학생 선발권이 있는 고교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우위(優位)가 고착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3학년도 수능 표준점수가 높은 고교 100곳을 추린 결과 평준화 지역 일반고는 5곳에 그쳤다.
표준점수 상위 100개 고교 중 평준화 지역 일반고 숫자는 2010학년도 12곳에서 2011학년도 8곳, 2012학년도 5곳으로 줄었고, 이번에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평준화 지역 일반고의 경우 추첨 방식으로 신입생을 배정받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수 학생을 뽑는 데 한계가 있는 탓이 크다.
본지는 20일 전국 1836개 고교(수능 응시자 30명 이상)의 지난해 당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치른 수능 점수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언어· 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의 표준점수 평균 합계를 고교별로 비교해 보니 특목고인 대원외고가 396.3점 으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았다. 이어 용인외고·한영외고·명덕외고·민족사관고 순으로 5위권에 들었다.
상위 100개 고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가 가장 많은 41곳을 차지했다. 이어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35곳 ▶자사고 14곳 ▶평준화 지역 일반고 5곳 ▶자율형공립고 2곳(충북 청원고 47위, 경기 와부고 75위) ▶종합고 2곳(경북 풍산고 50위, 경기 양서고 53위) ▶특성화고(전문계고) 1곳(한국디지털미디어고 89위) 등이다. 이 중 평준화 지역 일반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거의 모두 전국 혹은 시·도 단위로 신입생을 직접 선발한다.
상위 30위권 고교에선 특목고·자사고의 수능 강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위 30위 중 일반고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평준화 지역의 공주 한일고(20위)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가 25곳, 민사고· 상산고·현대청운고·하나고 등 자사고가 4곳이었다. 모두 자체 학생 선발권을 가진 학교들이다.
이명박정부의 자사고 확대 정책으로 평준화 지역 일반고의 수능 약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자사고 20곳 중에서 하나고(28위), 안산동산고(46위), 북일고(56위), 중동고(74위), 송원고(84위), 세화고(85위), 한가람고(88위) 등 7곳이 수능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됐다. 일반고인 휘문고(92위)가 자사고 전환 뒤 내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100위 안에 드는 평준화 지역 일반고는 내년에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특목고·자사고 위주의 고교 서열화와 성적지상주의 풍토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부는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들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천인성 기자, 조사연구팀